주식시장 고평가 대응 6단계, 다 팔지 않고 방어하는 법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비싸 보일 때 대응은 "다 팔기"와 "버티기" 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 글은 오크트리 캐피털 공동 창업자 하워드 막스가 2025년 8월 메모 「가치의 계산(The Calculus of Value)」에서 제시한 고평가 대응 6단계를 바탕으로, 비쌀 때도 전부 팔지 않는 이유와 시장이 불안할 때 스스로 던질 점검 질문 6개를 정리합니다.

투자 조언이 아니다. 아래 내용은 시장 고평가에 대응하는 사고방식에 대한 설명이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의 매수·매도나 자산 배분 비율을 권하지 않는다. 매매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고평가 대응 6단계
막스는 미군의 방어 준비 태세 등급(DEFCON)에 빗대 투자 방어 등급을 6단계로 나눴습니다. 메모에는 숫자가 작을수록 방어적인 순서(6에서 1로)로 적혀 있고, 여기서는 덜 방어적인 것부터 순서대로 옮깁니다.
- 주식을 더 사지 않는다.
- 공격적인 자산을 줄이고 방어적인 자산을 늘린다.
- 남은 공격적인 자산을 모두 판다.
- 방어적인 자산도 줄인다.
- 가진 자산을 전부 판다.
- 시장 하락에 돈을 건다(공매도).
막스는 가장 극단적인 세 단계(방어 자산 축소, 전부 매도, 공매도)까지 가 본 적이 없다고 썼습니다. 그만큼의 확신을 합리적으로 갖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입니다. 2025년 8월 메모에서 그가 고른 것은 두 번째 단계였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를 조금 줄이고 방어적인 자산을 늘리는 정도입니다.
10년을 들고 있어도 수익이 없을 수 있다
오래 들고 있으면 결국 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장기 투자는 좋은 전략일 수 있지만, 수익을 가르는 것은 "얼마에 샀는가"입니다.
막스가 메모에 인용한 J.P. 모건 자료가 이를 보여 줍니다. S&P 500을 선행 PER(앞으로 1년 예상 이익 대비 주가) 약 23배, 곧 2024년 말과 비슷한 수준에서 샀을 때 이후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매번 -2%에서 +2% 사이였습니다. 선행 PER과 10년 수익률을 함께 구할 수 있는 1987~2014년 자료로 계산한 결과이고, 앞으로도 꼭 그렇게 된다는 예측은 아닙니다.
오래 투자하는 것과 좋은 수익을 얻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10년을 기다려도 수익이 거의 없으면,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언제 사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를 지불하느냐입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지나친 낙관
투자자는 본질적으로 낙관적입니다. 돈을 맡기고 나중에 더 많이 돌려받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낙관이 지나칠 때 생깁니다. 좋은 뉴스에는 크게 반응하고 나쁜 뉴스는 무시하게 됩니다. 실적이 좋으면 "역시 내가 맞았다", 주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라고 해석하면서, 무슨 일이 생겨도 원래 믿던 방향으로 읽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믿고 싶은가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가입니다.
떨어지면 사는 습관의 함정
2009년 이후 오랫동안 미국 시장에서는 떨어질 때마다 사는 전략이 대체로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그래서 길게 이어지는 약세장을 겪어 보지 못한 투자자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주가가 빠질 때 위험을 따져 보기보다 자동으로 매수 기회부터 찾게 됩니다.
가상의 예로 보면 이렇습니다. 100달러짜리 주식이 80달러가 되면 20% 떨어진 셈입니다. 그런데 그 기업의 실제 가치가 50달러라면, 20%나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비싼 주식입니다.
낙관적인 투자자가 많아지면 가격이 가치보다 높아지고, 비관적인 투자자가 많아지면 반대가 됩니다. 시장 가격은 기업 실적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대와 공포,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FOMO)에 크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낙관적인 기대가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합니다.
비싸도 전부 팔지 않는 이유
막스가 메모에서 강조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시장이 고평가됐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증명할 수 없다. 그리고 고평가됐다고 해서 곧 떨어진다는 뜻도 아니다. 비싼 시장이 내일 떨어질지, 다음 달에 떨어질지 모르고, 1년 뒤에도 여전히 비쌀 수 있습니다.
막스는 경제학자 케인스의 말도 인용합니다. "시장은 당신이 버틸 수 있는 기간보다 더 오래 비합리적인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시장이 비싸다는 판단이 결국 맞더라도, 실제로 떨어지기 전에 돈이 먼저 바닥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락에 크게 걸었다면 주가가 오르는 동안 손실이 계속 커집니다.
주식이 비싸다는 판단과 곧 주가가 폭락한다는 예측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막스는 모든 자산을 팔거나 하락에 베팅할 만큼의 확신은 갖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조금 더 방어적으로, 그러나 사람마다 다르게
막스가 제안한 것은 조금 더 방어적인 투자입니다. 공격적인 자산 일부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자산을 늘리는 쪽입니다. 방어 자산도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질 수 있고, 회사채는 기업이 원금과 이자를 못 갚을 위험이 있습니다.
막스가 모든 투자자에게 같은 비중을 권한 것도 아닙니다. 은퇴를 앞둔 사람, 막 투자를 시작한 사람, 집을 사려는 사람, 돈 쓸 계획이 오래 없는 사람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모두 다릅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다 팔아야 하나, 다 사야 하나" 둘 중 하나로만 생각하지 말고, 먼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고평가의 진짜 원인은 나머지 493개
미국 시장을 비싸게 만든 주범으로 흔히 거대 기술 기업들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막스가 메모에서 더 걱정한 것은 나머지 기업들이었습니다. 메모 기준으로 매그니피센트 7(대형 기술주 7곳)의 평균 PER은 약 33배였고, 막스는 이들의 사업 질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하다고 봤습니다. 반면 나머지 493개 기업의 평균 PER은 22배로, S&P 500의 역사적 평균인 10배대 중반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지수 전체를 비싸게 만드는 것은 이쪽이라는 지적입니다.
AI에 대해서도 막스는 무조건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AI가 세상을 바꿀 가능성은 크다고 보면서도,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이 등장하면 투자자들이 너무 많은 기업을, 때로는 엉뚱한 기업을 승자로 여긴다고 경고했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이 좋은 예입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지만, 그때 인터넷 관련 주식을 비싸게 산 사람들이 모두 돈을 번 것은 아닙니다. 기술의 미래를 맞히는 일, 그 기술로 돈을 벌 기업을 고르는 일, 그 기업을 적절한 가격에 사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좋은 기업과 좋은 투자는 다르다
메모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은 이것입니다. "가치는 투자로 얻는 것이고, 가격은 그 대가로 치르는 것이다."
좋은 제품, 늘어나는 매출, 성장 가능성은 모두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투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한 회사의 미래를 믿고 몰려들면, 그 회사가 실제로 벌 이익보다 훨씬 높은 기대가 가격에 들어갑니다. 좋은 기업을 비싸게 사면 좋은 투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가치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자산의 가격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 가격과 가치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이것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입니다.
여기서 가치는 유명하다거나 제품이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회사가 지금과 앞으로 벌 수 있는 이익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가치를 하나의 숫자로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고, PER도 유용한 참고 지표일 뿐 비싼 주식과 싼 주식을 완벽하게 가르지는 못합니다.
단기 주가는 투자자들이 그 가치에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느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주가가 떨어졌다고 가치가 무너진 것이 아니고, 올랐다고 가치가 그만큼 높아진 것도 아닙니다.
시장이 불안할 때 던질 점검 질문 6개
아래는 매매 방법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기 전에 스스로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준비물은 내가 가진 자산 목록 하나입니다.
지금의 나를 점검한다
- "당장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는다.
- 확인: 오늘 바로 사고팔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정리했다.
-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 확인: 보유 자산과 비중이 목록으로 정리됐다.
- 그것을 왜 가지고 있는지 적는다.
- 확인: 자산마다 보유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 어느 정도의 손실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정한다.
- 확인: 은퇴 시점, 집 구입 계획, 당장 쓸 돈처럼 내 상황을 기준으로 답이 있다.
가격과 가치를 구분한다
- 보유 주식을 오늘 처음 발견했다고 가정한다.
- 확인: 과거에 얼마에 샀는지를 떼어 놓고 생각하고 있다.
- 그 상태에서 지금 가격에 기꺼이 살 수 있는지 묻는다.
- 확인: 질문에 대한 내 답이 나왔다.
이 질문이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 가진 주식에는 관대해지기 쉽지만, 과거에 얼마에 샀는지는 그 주식의 지금 가치를 정하지 않습니다. 같은 취지로 하나 더 물어볼 수 있습니다. 가진 주식이 30% 떨어졌다면, 정말 30% 싸진 걸까, 아니면 원래 너무 비쌌던 걸까.
막힐 때
-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모르겠다: 은퇴를 앞뒀는지, 집을 살 계획이 있는지, 돈 쓸 계획이 오래 없는지 가운데 내 상황부터 떠올립니다.
- 질문에 답이 안 나온다: 결정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상담이나 독립적인 재무 상담을 받아 봅니다.
내 판단이 틀렸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막스는 가격이 높다고 반드시 폭락할 것이라 예측하지도, 계속 오를 것이라 믿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감수하는 위험과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을 견주어 조금 더 방어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아무리 경험 많은 투자자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언제 다시 오를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릅니다. 그걸 알아야만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내 판단이 틀렸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입니다. 시장이 더 올라도 내 계획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지, 더 떨어져도 생활에 문제가 없는지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방어의 실체입니다. 좋은 투자자는 미래를 다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틀렸을 때도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시장이 고평가됐으면 주식을 다 팔아야 하나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고평가는 확실히 증명하기 어렵고, 비싼 시장도 오랫동안 더 오를 수 있습니다. 하워드 막스도 2025년 8월에는 공격적인 자산을 조금 줄이고 방어 자산을 늘리는 두 번째 단계를 택했고, 전부 매도나 공매도 같은 극단적인 단계는 해 본 적이 없다고 썼습니다.
장기 투자하면 결국 수익이 나지 않나요?
산 가격이 너무 높으면 10년을 들고 있어도 수익이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J.P. 모건의 1987~2014년 자료에서 S&P 500을 선행 PER 약 23배에 산 경우 이후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2%에서 +2% 사이였습니다. 얼마에 사느냐가 장기 수익을 좌우합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싸진 건가요?
떨어진 폭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100달러 주식이 80달러가 돼도 실제 가치가 50달러라면 여전히 비쌉니다. 그 회사가 앞으로 벌 이익에 비해 지금 가격이 어떤지, 보유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방어적인 자산은 무엇을 말하나요?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우량 채권, 현금성 자산, 배당이 안정적인 주식 등을 말합니다. 다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회사채에는 부도 위험이 있어 완전히 안전한 자산은 없습니다. 비중은 본인의 나이, 자금 계획, 감당할 수 있는 손실에 맞춰 정해야 합니다.
이 글의 본문은 아래 원본 유튜브 영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쓸모연구소가 다시 정리해 쓴 것입니다. 세부 내용과 최신 정보는 원본 영상과 공식 안내에서 확인해 주세요.
원본 영상 보러가기 ↗